글
서평 - 어느 사형에 관한 기록
[이리스 이벤트에 당첨되어 황금가지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후기입니다.]
오랜만에 장르 소설이 아닌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제목부터 무거운 인상을 주는 '어느 사형에 관한 기록' ㅎㅎ
사형 집행을 12시간 앞두고 있는 사형수 안셀 패커는 4명이나 되는 여성을 살해한 살인마입니다.
독자들은 그 12시간 사이에 탈옥할 작전을 세워둔 안셀의 현재와 과거를 추적하며 안셀과의 인연이 있는 여러 여성과 마주하게됩니다. 그들은 안셀의 가족이기도 하고, 그에게 살해당한 피해자이기도 또 그 피해자의 가족, 친구도 있습니다.
안셀은 인생 내내 수 번의 살인을 통해서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좇으려 애를 씁니다.
세상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면,
어머니에게 버림받지도 않고
그래서 갓난쟁이였던 동생과 헤어지지도 않는
남을 죽이는 선택을 할 필요가 없었던
다른 자신이 존재하는 우주에 오랫동안 집착해온 안셀.
하지만 그를 위한 다른 우주는 없었습니다. 안셀 말고는 아무도 원하지 않았고 때문에 그는 다른 우주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우주는 그가 없어서 행복할 수 있었을 사람들의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안셀의 불우했던 가정사, 성장기의 서사가 펼쳐지기 시작했을 때 아... 하고 탄식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가해자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유도하는 이야기들은 너무 숱하고 매력도 없다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읽고 보니 이 소설은 달랐다!' 라고 평한다면 너무 거짓말이고요...
안셀로부터 이어지는 다양한 인물들과 그네들의 안셀을 향한 다채로운 감정을 읽다 보면 그래도 꽤나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책으로서 남에게 추천할만 한가?에는 글쎼요..? 지만 여성 피해자를 다룬 책으로서는 주변에 한번쯤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다른 우주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어?"
형사들이 그를 앞으로 끌었다. 갈라진 안셀의 목소리는 절박하게 들렸다.
"저기 어딘가 다른 우주가 있다면, 우리 둘 다 다른 삶을 사는 곳이 있다면, 우리가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는 곳 말이야"
"난 항상 그런 걸 생각해."
속삭이듯 사피가 말했다.
"하지만 세상은 여기 있는 하나밖에 없어, 안셀. 오직 하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