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그녀가 테이블 너머로 건너갈 때

note 2023. 9. 20. 15:59

[이리스 이벤트에 당첨되어 황금가지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후기입니다.]​​​​​​

 

주인공 필립은 인류학자이자 대학교수로 근무 중이며, 그의 연인인 앨리스는 같은 대학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교수이자 물리학자입니다. 앨리스의 상사인 소프트 교수는 빅뱅을 일으켜 우주 탄생을 재현하는 ‘규모가 큰 존재하지 않는 것’이란 연구를 진행 중이었으나 이는 실패하고 맙니다. 인공 버블이 분리되지 않고 웜홀이 확장되어 버린 것입니다. 모두는 실망하고  실험실에 웜홀을 두고 떠났지만 앨리스는  홀로 남아 계속 연구에 매진하다 그만 이 웜홀 ‘결함’에게 온 정신을 빼앗기게됩니다. 앨리스가 ‘결함’에게 느끼는 감정이 연애전선에 위기가 될 거임을 감지한 필립이 연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일어나는 해프닝들을 담고 있습니다.  

 

소설 읽을 때 장르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놓치게 되는 게 많다는 걸 지난 서평 작품으로 깨달은 바가 있었는데,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이 소설의 장르인 SF 로맨스 소설이란 틀에 갇혀 잘 읽히지 않는 초반부가 참 힘들었네요. 장르도 그렇지만 소재 또한 생소하였는데 다 읽고 난 지금은 사랑을 얘기하는데 가장 로맨틱하지 않은 도구를 사용한 소설이라고 감히 정의해보고 싶네요ㅎ 

 

말씀드린대로 소설 초반에 그놈의 SF니 과학, 물리학, 각종 용어에 매몰되어 소설의 본질을 꿰뚫지 못했는데요. (물론 다 읽은 지금, 이 서평을 쓰는 지금도 완전히 꿰뚫지는 못했습니다 껄껄~)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모습은 주인공인 필립 역시 그렇습니다. 그런 필립에게 자아를 의탁하고 보니 그래도 어떻게든 한 장 한 장 진도가 나가더라고요. 그리고 아하! 이거였구나! 하는 순간 야속하게도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작가가 정말 똑똑하게 장치를 배치하고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의 끝이 좀 허무하다면 허무하게 끝나는데 저는 이 부분까지 마음에 들었어요. 이미 영화화가 다 결정되어 있다는데 영화로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몹시 기대가 됩니다. 영화가 나오면 꼭 볼 생각이고 그 후에 다시 한번 읽어보면 또 소설이 어떻게 다가올지 두근거리네요. 

어쩐지 어린 왕자에 나오는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구절이 자꾸 떠오르는데요. 읽는 중 보다 다 읽고 나서 비소로 흥미로워지는 소설이였습니다. 

 

" 네! 바로 그게 결함입니다. 잠재적인 사건의 지평선이죠. 모든 것은 인식을 통해 깨어나고 언급되어 볼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가능성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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